지금이야 많이 나아졌지만 학창시절에 유독 내성적이고 자존감이 낮았음. 남들은 날씬하다고 하는데도 초등학교 때 뚱뚱했던 모습에 스스로 갇혀서 아냐 난 뚱뚱해 라며 빠져나오지를 못했던 중고등학교 때의 내가 있었음

그러다보니 동성친구랑은 별 문제가 없었는데 여사친이라는 게 아예 없지는 않았고 솔직히ㅇㅇ. 그냥 거의 없었음

그러다 군대에서 우연히 연락이 닿게 된 중학교 때 친하진 않고 그냥 서로 얼굴 이름만 아는 여사친이 있었는데 얘랑 가끔 시덥잖은 얘기 하면서 연락만 꾸준히 하다가 어느새 전역을 하고 언제 한 번 보자!! 이런 얘기만 계속 하고 있었음

연락을 많이 하자 요이 땅! 이런 건 없었는데 어느순간부터 연락을 갑자기 많이 하게 됨. 얘가 n년된 남자친구가 있는데 나한테 남친 문제로 상담도 하고 가끔 （같이x）술마시면 서로한테 전화도 하고 뭐 그냥 진짜 찐친 느낌으로 계속 연락을 했는데 문제는 뭐다? 내가 개찐따다

어느순간부터 얘가 여자로 보이는 거임.

나도 인정하기는 싫었는데 얘가 남친이 있는 거에 내가 뭐라고 질투를 하고 힘이 들고 ㅋㅋㅋㅋ 기타 별별 게 다 겹쳐서 내가 너무 힘든 거야. 그래서 아 연락을 하지 말아야겠다.

8월 어느날에 만나자고 약속을 잡고 만나고 잘 놀고 가는 길에 카톡했음. 좋아한단 말은 안 했고 넌 참 좋은 애다 어쩌고 하면서 최대한 상처 안 받게 연락 하지 말자고 카톡 보내고 답은 무서워서 차단을 했는데 그 날 놀면서 나온 돈을 전부 내가 냈단 말임. 여사친이 내 친구한테 레알도리 계좌좀 알려달라고 카톡을 한 거야.

내가 놀라서 나 지금 버스니까 내려서 전화하겠다 하고 내려서 전화하면서 위에 내용을 다 말했지. 너 잘못은 1도 없고 그냥 내가 여사친 없는 개찐따라 그런 거다. 원망해도 좋다. 다만 내가 지금 너무 힘들다. 미안하다.

지옥이 시작됐음.

평생을 살면서 인연을 끊어낸 경험이 적다보니 거기에서 오는 죄책감+좋은 친구를 잃었다는 상실감（말도 잘 통하고 성격이나 행동거지도 진짜 너무 좋았거든）+남친이 있는 애를 좋아했다는 자책감 뭐 별 별 게 다 한꺼번에 몰려오니까 진짜 일주일은 그 감정에서 벗어나질 못하겠더라.

저 당시에도 그랬고 약 2달여가 지난 지금 시점에서 봐도 그렇게 힘들었는데 후회는 안 되더라. 저때 못 끊었으면 정말 좋은 방향으로 마음을 접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마음을 접기까지가 저 일주일보다 더 오래, 더 힘들었을 거임.

지금도 저 애가 떠오르면 마음이 많이 아프기는 하지만.. 별 수 있나. 좋은 사람 내가 내 발로 뻥 하고 깐 건데.


음 그래서 결론은.. 이런 일이 아예 일어나지 않을 수 있는 친구/연인 구분 딱 되는 사람이 부러움. 저렇게 한 번 씨게 힘들고 나니까 앞으로 이성친구 만들기가 두려워지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