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0년차 7급 지방 공무원이다.
공무원 되기 전부터 지금까지 모든걸 간략히 써보려한다.
1. 공무원이 되기까지
26살 학원강사를 하고있었다. 미래가 불투명해서 어학연수라도 다녀오면 길이 있으려나 하는 마음에 돈을 모으고 있었다. 그러다 모으는 동안 환율도 오르고 여행경비도 덩달아 오르는걸 보고. 이건 아니다 싶었다. 그 때 이미 현직 공무원인 두 여자형제가 공무원 시험을 권했다. 공무원 시험 응시료가 정말 쌌다. 9급이 7천원이었나? 9천원이었나.. 암튼 쌌다.
그렇게 시험삼아 시험을 보고나니 왠지 할만해 보였다. 그렇게 모은돈을 들고 서울 노량진으로 올라왔다.
여자형제 집이 얹혀 살며 공부하려 노량진을 출퇴근했다.
실강은 타입이 아니라, 독서실에 죽치고 앉아서 인강만 듣고 문제 풀며 공부했다.
2010.4.
그렇게 공부하다가 해양경찰에 합격하고
2011.4
지방직 9급 시험에 합격했다.
2011.7
둘중 하나를 포기해야했는데, 배타는게 아무래도 겁난다는 어머님 말씀따라 지방직으로 노선을 정했다.
2. 공무원 임용
2011.9월
9급으로 시보임용됐다.
같은 동기들 중 몇명을 제외하고는 다 수습이었는데
이 또한 잘된 일이었다. 시보임용은 정식 공무원이라 명절수당, 급여, 공무원연금 등 혜택이 많았다. 수습공무원은 정식 공무원이전 단계라고 보면된다.
그렇게 입사한 기초지자체 9급 공무원은 잡일 투성이였다.
그 와중이 축제교통요원, 태풍 비상근무, 제설작업, 불후이웃돕기성금..（사실 9급 공무원이 더 불후하다...）
2012년 차를 샀다. 여기저기 출장은 다 내차로 다닌다. 그정도면 양반이다. 점심때도 저녁때도 밥먹으러 갈땐 내 차다.
아무튼 이런 상황속에서 승진이라는것이 다가왔다.
3. 승진.. 계단오르기
2013.4월
8급이 됐다.
달라진것은 급여가 매월 7만원여 가량 오른것 뿐이다. 막내생활도 달라지지 않고, 그 업무가 그 업무로 달라진 것이 없다.
두번의 부서이동 후 기초지자체에서 광역지자체로 옮기는 공무원 조직내 시험이 있다는걸 알게되고 그 기회를 이용해 광역지자체로 옮겼다.
4. 큰 조직은 다를까?
2014.11.
업무는 기초지자체에 있을때와는 스펙트럼이 달랐다. 별의별일을 다 겪게 되었다. 큰 틀은 변함없었다. 언론의 타겟이 되지않고 민원을 야기하지 않으며, 주요 비위를 저지르지않기만 하면 된다.
조금 염증을 느꼈다. 일단 참아봤다. 결혼한지 8개월밖에 안되어서...
5. 한계단 더 오르다.
2016.1월 7급 승진
달라진건 역시 없다. 급여 약 8만원 가량 오른것.
나머진 그대로다. 8급 9급 동생들이 생겼지만
업무를 분담하기는 싫다. 별로 성에 차게 일하는 동생도 없을 뿐더러, 꼰대소리가 듣고싶지 않아서다.
6. 젊은 7급공채 5급공채 직원들이 들어온다.
92년생 5급 공채 직원이 들어온다.
나이 차이를 계산해본다. 내가 5급이 되려면 앞으로 10년..
그땐 몇살.. 얘는 몇살 20년이 차이가 나네??
하, 부러운 새끼 나도 고시를 볼까? 잠깐 고민하다가
밀린 일을 처리하려는 생각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조차 까먹는다.
7. 삶의 낙이 건강과 가족으로 바뀐다.
나 포함 네 식구. 빠듯한 월급으로 아등바등 살아가는 것이 그냥 낙이되고, （어딘가 아프고 곪아가고 있을지 모르지만 일단 겉은） 건강한 것에 감사하며 하루하루살아간다.
ps. 내일 9월이라 호봉이 오른다. （월급이 아주조금 오른단 말이다） 일찍 퇴근 할 수 있는 수요일에 아들이 좋아하는 치킨하나 포장해서 들어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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