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나 오래전 전장에서 문득 떠오른 게 있다.
비는 홍수가 날 것 마냥 내리고 번개는 나뭇가지 갈라지듯이 내리 꽂히는 피비린내 나는 전장의 고지에서 몇 초 전만 해도 나를 향해 무기를 겨누고 죽이려드는 자의 팔을 한 손에 쥔 채 부서진 갑옷 사이로 패여 들어간 도끼날을 보며 ‘내가 저 사람을 죽일 권한이 있었을까?’ 하고.
용병으로써 수없이 해온 전쟁이지만, 그런 느낌이 든 건 처음이었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을 얼마나 죽여 왔던가? 내가 죽여 온 사람들은 분명 나보다 나이가 적었을 리는 없을 것이다.
그저 싸워오기만 한 날들이었지만, 그 날 만큼은 더 이상 사람을 죽일 수 없었다.
정신이 나약하니 마니 하는 말을 동료한테 들었지만 마음으로 들리지는 않았다.
나는 내 자신이 지쳤다고 생각했을까?
모르겠다.
싸우기만을 강요받아온 삶을 접고 짐을 챙겨 용병단을 떠나 나왔다.
오랜만에 옛날의 꿈을 꾸었다.
분명 전장에서의 꿈이었지만 깨어난 뒤엔 꿈을 꾸었다는 기억이 있을 뿐 내용 따 ...... [ 크롤링이 감지되어 작품 일부만 보여 드립니다. 웹소설 작품은 검색 크롤링이 제한되어 있으며, 사이트에서 직접 작품을 감상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