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 저물 즈음 박사와 난 PDA에 일시적으로 표기되었던 좌표를 계산해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조용했다. 너무나도 고요했다. 적막은 끝없이 내 몸을 짓눌렀다. 내 주변엔 오직 두
사람분의 발소리뿐이었다. 이질감에 자꾸만 주변을 두리번거렸고 무슨 미련이 남았기에 지나
온 길을 돌아봤다.
앞서 걷던 라르헤 박사는 날 흘려보더니 다시 앞을 보고 걸으며 말했다.
“그럴 거면 왜 그냥 보낸 거예요?”
내 시선이 그녀의 뒤통수로 향했다. 부스스한 금발 머리가 살랑거렸다. 박사는 내 심경을
빠르게 알아차렸다. 난 지금 허전했다. 무언가 한쪽이 텅 비어있는 공허한 느낌을 받았다.
“몰라.”
난 딱히 할 말이 없어 성의 없는 답변을 던졌다. 하지만 이 대답이 내가 할 수 있는 대답 중
최선이기도 했다. 빌어먹게도.
“나이가 들면 아이가 된다더니, 당신은 그 시기가 좀 빨리 온 것 같네요.”
유치하다는 얘기였다. 젠장, 나도 알고 있다고. 이게 다 스트레스 때문이다. ...... [ 크롤링이 감지되어 작품 일부만 보여 드립니다. 웹소설 작품은 검색 크롤링이 제한되어 있으며, 사이트에서 직접 작품을 감상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