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4월 중순의 어느날이었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공기는 포근할 법도 했으나, 살갗에 느껴지는 바람은 스산하기만 했다. 경북 구미의 한 구석에 위치한 이 사거리에는 다니는 차 하나 없이 신호등만 말없이 스스로의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
문득 우산을 쓴 두 사람의 그림자가 사거리 한복판에 드리워졌다. 한 남자가 거의 다 타버린 담배를 물고 있다가 담배 연기를 가득 내뿜는다. 검은색 양복이 체구에 비해 한참 커보인다. 한참동안 면도를 하지 않은 얼굴에는 수염이 가득하다. 남자의 입에서 나온 걸걸한 목소리가 사거리의 적막을 깼다.
"여긴가?"
양복입은 남자의 옆에는 경찰복을 입은 남자가 언제 잠을 잤는지 모를 정도로 피곤에 절은 얼굴로 서있다. 아무리 맵시있는 경찰복이지만 불룩 나온 배를 가려주지는 못했다. 사건이라곤 도통 없는 이 동네에선 일찍 퇴근하고 술한잔 마시는 것이 일상인 박정수 순경이었다.
"네, 한도진 형사님. 여기 횡단보도 한가운데에 하얀색으로 표시해둔 부분 ...... [ 크롤링이 감지되어 작품 일부만 보여 드립니다. 웹소설 작품은 검색 크롤링이 제한되어 있으며, 사이트에서 직접 작품을 감상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