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밤공기에 잃어버렸던 의식이 조금씩 돌아오고 있었다. 그러나 함께 했던 함성소리는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힘겹게 눈꺼풀을 들어 올리자 시린 만월로 두 눈이 가득 차는 것만 같았다. 저 달빛에 귀를 아프게 했던 비명마저 얼어붙은 걸까? 굽이치는 강물에 담긴 건, 망자의 몸에서 베어 나온 새빨간 선혈… 물길은 바다로 흘러들어가겠지만 저들의 넋은 어디로 가는 것인가.
하얗게 말려 부서지는 입김마저 묘하게 현실감이 없었다. 나는 가쁜 숨을 내쉬며 겨우 나무기둥에 몸을 기댔다. 내 곁에서 먼저 숨을 거둔 병사는 원통함에 눈을 감지도 못한 채로 식어가고 있었다. 나는 그 자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이 노병은 생애 끝자락에서조차 의무를 내려놓지 않았었나.
생기가 떠난 그의 눈동자에 담긴 건 우리가 지키고자 했던, 아니 지켜야만 했던 도성이었다. 나 역시 시선을 돌려 봤지만 수도는 넘실거리는 화마에 실루엣만 희끗거리고 있었다. 머잖아 저 탐욕스런 불길은 하늘에 닿을 듯, 높이 타오르며 모든 걸 집 ...... [ 크롤링이 감지되어 작품 일부만 보여 드립니다. 웹소설 작품은 검색 크롤링이 제한되어 있으며, 사이트에서 직접 작품을 감상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