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나무가 피던 봄이었다. 흐드러진 꽃잎을 짓밟고 한강으로 간 아버지는 대낮에 술을 꺼내곤 누가 볼 새도 없이 서둘러 들이키곤 서둘러 등으로 숨겼다. 등으로 숨겼다는 표현은 단순히 뒤로 뺐다는 게 아니라 실제로 아버지가 옷을 들춰 등 안으로 술병을 넣었다는 얘기다. 산책로를 지나던 아주머니가 혀를 끌끌 찼다. 어머니는 조용히 검은 비닐봉지를 꺼내 아버지에게 건네주었다.
"날이 좋아서 그런가, 술이 술술 넘어가네!"
나는 재미없는 농담을 듣고는 슬며시 걸음을 늦췄다. 고개를 하늘로 들췄다. 점심의 하늘이라기엔 구름이 잔뜩 끼어, 언뜻 검게 보이기까지 했다. 이런 어두운 날씨에 가난한 가족들이 오붓하게 한강에서 돗자리를 펴게 된 까닭은, 마음속 깊이 응어리진 나의 강박 때문이었다. 여느 평범한 가족처럼 지내지 못한 불쌍한 나의 유년 시절을 조금이나마 보상받고 싶었다, 라는 게 내 결론이었다. 다행히 이런 내 어리석은 마음을 아내는 이해해주었고 아내는 내 휴가에 맞춰 우리 가족들이랑 함께 소풍을 ...... [ 크롤링이 감지되어 작품 일부만 보여 드립니다. 웹소설 작품은 검색 크롤링이 제한되어 있으며, 사이트에서 직접 작품을 감상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