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을 꿇었다.
기도하는 자세지만 유감스럽게도 난 신을 믿지 않았다. 신앙의 복음 대신에 차가운 시멘트 바닥 냉기가 살에 와닿았다. 팔뚝은 얼룩덜룩한 변기 커버 위에 걸쳐 놓고, 이 무슨 꼴사나운 짓인지.
자책할 여유 없이 뱃속을 게워냈다. 위를 쥐여 짜이는 느낌에도 입술 끝에 대롱대롱 매달린 청록색 담즙만 길게 늘어졌다.
더 이상 뱉을 것도 없는데 욕지기는 계속해서 치밀었다. 눈앞도 핑핑 돌고 있었다. 떨어지는 게 눈물인지 침인지 구분이 가질 않았다. 연거푸 구토를 반복하니 어느덧 변기엔 연분홍빛 꽃잎이 번져갔다. 살랑대는 모양새가 퍽 꽃잎과 닮아 실소가 새어나왔다.
이게 현실인지, 자문해 봐도 실감이 나질 않았다.
이번엔 피가 소주잔만큼 쏟아졌다. 새빨간 붉은 색이었다. 화악, 하고 입안 가득 피비린내가 번져왔다.
나는 떨고 있는 손으로 얼굴을 쓸었다. 창백해진 살갗엔 싸늘한 감촉만이 스쳤다. 마치 심장의 온기가 전해지지 않는 듯, 몸이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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