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석한 풀들을 건너.
붉은 깃발을 만나.
해가 지는 방향으로 걷고 걸었다. 피곤했다. 앞선 감정은 두려움이었다. 언제 융합체들이 튀어나올지 모른다는, 아니면 반란군이 튀어나올지 모른다는.
죽은 두 반란군의 얼굴이 자꾸 어른거렸다. 빛을 잃어 탁해진 눈동자들. 오늘 죽으리란 사실을 알았을까. 상념이 떠돌았다. 이상한 생각하지 말자. 스스로를 다잡았다. 내 인생에서 가장 시체들을 많이 본 날이었다. 피곤했다.
걷고 또 걸어.
도착했다.
어디에? 목적지에. 제국군들이 결집한 장소에. 연결자가 말해준. 무엇을 위해? 보호. 그런데 보호를 받을 수 있나?
이 수많은 시체들에게.
비린내가 코끝을 찔렀다. 공허한 눈동자들이 허공을 거닐었다. 잘려나간 목과 팔목에서, 피가 떨어졌다. 뚝, 뚝. 붉은색. 죽음의, 고통의 흔적.
피는 원을 그리며 번져나갔다. 웅덩이. 아니면 강. ...... [ 크롤링이 감지되어 작품 일부만 보여 드립니다. 웹소설 작품은 검색 크롤링이 제한되어 있으며, 사이트에서 직접 작품을 감상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