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또 걸었다. 한 때는 이방인이었던 자가, 다른 때는 방랑자였던 이가, 그 이전에 그 이후에 다른 이름으로 불릴 '안간'이 문득 정신을 차리니 울창한 숲 한복판에 있었다. 뒤를 돌아보니 자신의 기억에 없는 자신의 기억이 깃든 발자국이 이리저리 찍혀있었다. 양손에는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다. 손바닥에는 베인 흔적이 가득했다. 손가락에 얇은 희미한 것이 걸렸다. 걸린 희미한 것을 잡아 기억에 새기며 걸어가자 숲에 퍼진 기이한 기운에 어지럽혀있던 방형 감각을 되찾았다.
잡고 잡고 걷고 서서히 희미한 것은 형태를 띠며 억센 가느다란 실이 되었다. 역사가 깊지 않은 바위산을 넘자 중심에, 공터에 이끼가 서서히 끼기 시작한 커다란 마리오네트가 앉아있었다. 머리에 손을 대니 희미하게 금이 가있었다. 그리고..그리고.. 희미하지만 심장 박동소리가 울려퍼졌다.
반대편 바위산을 넘자 사막이 퍼졌다. 뜨거운 열기에 모래가 녹는 것처럼 사르륵 흘러내렸다.
댕.. 댕.. 댕..
어디선가 종소리가 들렸다 ...... [ 크롤링이 감지되어 작품 일부만 보여 드립니다. 웹소설 작품은 검색 크롤링이 제한되어 있으며, 사이트에서 직접 작품을 감상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