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아파트에 하나 둘 불이 켜지기 시작한 시각 정수는 불도 켜지 않은 채 거실 창 앞에 마치 얼어붙은 듯 서 있었다.
자동차 불빛이 가끔씩 미끄러져 들어와 아파트 주차장에 멈춰서는 것이 눈에 들어 올 뿐 쌀쌀한 날씨 때문인지 인적은 뜸했다.
어제 상철을 만나고 돌아와 정수는 많이 울었다.
박 선생과 그의 아내와의 사랑, 박 선생에 대한 자신의 감정, 상철과의 결혼, 죽음을 앞둔 박 선생, 상철과의 관계, 상철과 현주의 만남, ... 정수는 깜깜한 거실 소파에 쭈그리고 앉아 끝없이 꼬리를 무는 생각에 잠겼다.
어제 상철과 만났을 때 현주는 의례적인 인사말 뒤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상철은 청담동 엄마와 오빠 그리고 미진이의 안부를 묻고 나서 그 동안 연락 제대로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선배, 내가 어떻게 하면 되는지 말해줘."
정수는 상철을 바라보며 간결하게 물었다.
남편에 대한 호칭이 선배로 튀어나와 정수 자신도 짐칫 놀랐다. ...... [ 크롤링이 감지되어 작품 일부만 보여 드립니다. 웹소설 작품은 검색 크롤링이 제한되어 있으며, 사이트에서 직접 작품을 감상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