눅눅한 바닷바람에 해수욕장의 소음이 녹아있었다. 아직 밤이라 부르기에는 일렀지만 어둠이 섞여든 하늘 아래로 네온사인 불빛이 요란스럽게 살아나고 있었다. 은황은 밤도 낮도 아닌 이 시간이 좋았다.
처음부터 달아나려던 것은 아니었다. 오빠의 죽음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익숙한 얼굴들이 무학사의 마당을 지나는 자신을 알아보고 놀란 표정을 지을 때도 그런 사소한 것들은 전혀 신경쓰이지 않았다. 오로지 혈육이 죽었다는 믿기 힘든 사실을 확인하고픈 마음뿐이었다.
오빠의 잘린 손을 마주했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손목부터 잘려나간 오빠의 조각은 명복을 비는 주문이 적힌 붉은 비단에 쌓인 채 목함에 보관되어 있었다. 은황은 울지 않았다. 이럴 줄 알고 있었던 것처럼, 침착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목함을 닫은 뒤 예주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오빠의 장례를 요청했다.
이미 장례식 준비는 갖춰져 있었다. 사생들이 죽는 일이 잦아졌기에 오빠의 장례식도 일상처럼 치러졌다. 추방자인 그녀에게도 일주일간 무학사에 남 ...... [ 크롤링이 감지되어 작품 일부만 보여 드립니다. 웹소설 작품은 검색 크롤링이 제한되어 있으며, 사이트에서 직접 작품을 감상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