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때 묻어 누리끼리해진 벽지로 둘러쌓인 3평 남짓한 공간. 양쪽 벽에 대충 박은 못에 걸린 균형 안맞는 행거가 너저분하게 늘어져있고. 기다란 줄에는 차마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수 개의 옷이 겹쳐져 걸려있다. 천장에 가까스로 달려있는 백색등은 이미 필라멘트가 수명을 다했는지 빛이 틔미 하고. 간혹가다 방의 주인이 언젠간 교체해주길 바라는 잠깐의 점멸만이 존재감을 드러낼 뿐이었다. 가히 돼지우리 라고 할만한 방이지만, K의 직업 정신은 남아있는지 작업하는 컴퓨터가 놓인 원목 걸상만은 깔끔하다. 이 어지러운 공간에서 과연 사람이 살 수 있는지에 관해서 K의 친구들은 종종 토론을 하곤 했지만, 이 방의 주인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일광건조는 물론 먼지조차 털지 않은 퀴퀴한 이불 안에서 꿈틀거림이 느껴지는 것을 보아. 아직은 그의 몸속에서 생명의 유기활동은 어떻게든 지속되고 있다. 허나
그의 꿈틀거림은 삶의 증거이기도 했지만, K의 나태함을 보여주는 증거로서도 이해가 가능했다. 일련의 증거 ...... [ 크롤링이 감지되어 작품 일부만 보여 드립니다. 웹소설 작품은 검색 크롤링이 제한되어 있으며, 사이트에서 직접 작품을 감상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