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은 길바닥에 앉아 배 한 척 오가지않는 부두를 바라봤다. 구름이 겹겹이 얽힌 잿빛 하늘 아래 콘크리트 부두는 몇십년째 하얀 파도를 막고 있다. 홀로 우뚝 솟아 자리를 지키던 등대는 이젠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굉음을 내지만 여전히 차가운 겨울바람을 이겨내고 있다. 한참동안 바다를 바라보던 노인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며 거친 두 손으로 바지를 털어냈다. 그리고 허리를 굽혀 옆에 놓아둔 날 선 나대를 들어올렸다. 마파람이 불어오며 노인의 흰 수염을 어루만지고갔다.
'비가 오겠구나.'
바람에 함께 실려온 시커먼 바다의 썩은 악취가 노인의 코를 찔렀다. 매일 맡아도 익숙해지지 않는 냄새였다. 노인은 다 헤진 야구모자를 푹 눌러쓰고 녹슨 자전거에 올라탔다. 기름기가 다 마른 체인이 고통스럽게 굴러가는 듯 했다. 바다를 등진 노인은 돌담너머 페인트칠이 벗겨져가는 집들을 무심히 가로질렀다. 불타버린 집터에도 아무런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 그렇게 거침없이 골목을 드나들던 노인은 이윽고 빨간 양철대문 ...... [ 크롤링이 감지되어 작품 일부만 보여 드립니다. 웹소설 작품은 검색 크롤링이 제한되어 있으며, 사이트에서 직접 작품을 감상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