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소거로 켜져 있는 TV가 어두운 거실에서 홀로 빛나고 있었다. 나는 거실의 TV에는 일절 시선을 주지 않은 채 소파에 앉아 탁자 위에 어지럽게 흩어진 A4용지를 내려다볼 뿐이었다.
“백현, 네가 뱀파이어라도 돼? 왜 불을 전부다 꺼놓고 난리야.”
그녀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거실을 갈랐고 동시에 거실의 형광등이 환하게 켜졌다. 갑자기 밝아진 시야에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던 나는 손바닥으로 천장을 가리며 말했다.
“아, 눈부셔…. 집중하고 있었단 말이야.”
“집중은 개뿔. 불 다 꺼놓고 글이 보이냐?”
“내가 쓴 글은 원래 마음으로….”
“됐고, 오늘도 늦을 것 같으니까 먼저 자.”
“왜 맨날 늦은 밤에 나가는 거야….”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도망치듯 이모의 집으로 내려왔다. 내가 아는 친인척 중 제일 가까운 사이가 이모였다. 그녀의 집으로 불쑥 찾아온 나를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받아주었다. 어머니의 동생인 그녀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사이에 조금 늦게나온 늦둥이였다. 어머니와 ...... [ 크롤링이 감지되어 작품 일부만 보여 드립니다. 웹소설 작품은 검색 크롤링이 제한되어 있으며, 사이트에서 직접 작품을 감상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