룬은 인상을 잔뜩 찡그린 채, 베어링의 내륜을 사포로 문지르고 있었다. 이를 가는 것인지, 내륜과 사포의 마찰음인지 모를 듣는 이의 맘을 불편하게 하는 소리. 그 박자에 맞춰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이던 남자가 시계를 흘끗 보더니 피식하고 웃음을 흘렸다.
“어이쿠, 이거 퇴근할 시간이 다 되었군.”
그의 목소리에 사포질 소리가 잠시 멈추었다가, 베어링은 이전보다 더욱 시끄럽고 불규칙적인 비명을 질러댔다.
“이봐, 베어링이 무슨 죄야?”
여전히 웃음기가 묻은 목소리. 룬은 사포를 잠시 떼고, 베어링의 내륜을 이리저리 훑어보다 바람을 훅 불고는 신경질적으로 툭 던졌다. 날아간 베어링은 수북이 쌓인 베어링 더미 위로 요란한 비명을 지르며 뒹굴었다. 그리고 그 더미 옆으로는 더욱 수북이 쌓인 베어링들이 보인다. 아직 룬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것들이다.
“그럼 저는 무슨 죄죠? 베어링을 새로 구매하느니, 저 같은 노예를 굴리는 게 더 싸게 먹힌다 ...... [ 크롤링이 감지되어 작품 일부만 보여 드립니다. 웹소설 작품은 검색 크롤링이 제한되어 있으며, 사이트에서 직접 작품을 감상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