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기 없는 찬 바람이 끝없이 불어온다. 겹겹이 쌓인 눈 위로 계속해서 눈이 쌓여가고 그 위로 무기력한 지구의 침묵이 내려앉는다. 앙상한 나무, 갈라진 콘크리트 건물들, 활기를 잃은 도시. 무한히 눈이 내리고 바람이 부는 영겁의 시간을 가르는 선로. 끝이 보이지 않는 선로를 달리는 낡은 열차가 고요한 그 시간을 건너가고 있었다.
깊은 수면에 빠져있다. 잠에서 깬 것처럼 스르르 눈이 떠졌다. 찌그러진 천장과 엉망이 된 열차 내부가 눈에 들어왔고 눈을 실은 찬 바람이 불어와 뺨을 스쳐 지나갔다.
아주 오랜 시간 푹 잔 사람처럼 몸이 가벼웠다. 또렷한 정신은 개운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몸을 일으키니 누군가 덮어둔 낡은 침낭이 흘러내렸고 창밖에는 무한히 펼쳐진 흰색 지평선이 눈에 들어왔다.
"일어났어요?"
"아, 정아야."
맞은편 바닥에 앉아 있던 유정아가 나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열차는 아주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지만, 기차가 ‘달린다’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느릿 ...... [ 크롤링이 감지되어 작품 일부만 보여 드립니다. 웹소설 작품은 검색 크롤링이 제한되어 있으며, 사이트에서 직접 작품을 감상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