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엽을 감고 달력에 글자를 새겼다. 초침과 펜촉으로부터, 숫자와 글자로부터 분리되지 않는 일상이 나에게는 중요했다. 10계단 점 좌표처럼 찍힌 일상이야말로 아름다운 것, 시간은 발명되었다. 노인도 아이도, 죽음조차 도 사진기와 시계, 달력 없이는 눈치챌 수 없었던 것. 묘비명과 가족사진, 그리고 이름까지 당연하지 않았던 것들. 우리를 제외한 어떤 동물도 그런, 분절과 변화를 눈치채지 못한다. 질서 정연한 도시에서 이성의 위대함과 눈앞의 벌레만도 못한 인간들을 번갈아 떠올렸다. 짐노페디를 작곡한 에릭 사티는 알코올 중독자였다는데, 그는 어떤 인간일까? 생각한다.
파란 불이 켜지고 정연하게 서있어야 할 승용차 한 대를 바라본 순간, 짐노페디가 들려오지 않았다.
어이가 없었다. 나는 어째서 횡단보도에 누워있나? 조금 전까지 세계를 구성하던 질서는 모두 어디로 증발했을까? 몸 밖의 나는 시계가 없었으므로 한없이 그곳에 머물고 말았다. ...... [ 크롤링이 감지되어 작품 일부만 보여 드립니다. 웹소설 작품은 검색 크롤링이 제한되어 있으며, 사이트에서 직접 작품을 감상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