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규는 고요한 방 안에 혼자서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시간개념을 잃지 않기 위해서 잠을 잘 때 말고는 항상 틀어두었던 라디오도 꺼 놓은 채로. 그리고 불안한 듯 손끝을 물어뜯었다. 화주승과 계약을 한 날부터 삼일 정도는 그저 밝은 미래를 꿈꾸며 하루하루가 행복했었다. 눈만 뜬다면 지금의 지긋지긋한 현실을 벗어나는 건 말 그대로 시간문제라고 생각하며 청사진을 구상하고만 있었다. 화주승이 말한 것처럼 문자와 전화가 빗발쳤지만, 역시 그의 말대로 모두 무시했다. 혹시라도 딸이 들을까 전화기를 무음으로 해 두고, 기분 좋은 일이 있냐는 딸아이의 물음에도 비밀로 하려 어물쩍 넘어갔다. 그런데 일주일이 지나고 열흘, 그리고 이주일째 되는 날인 오늘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는 느낌이 불현 듯 찾아왔다.
생각해보면, 이쪽에서 먼저 화주승에게 연락할 수 있는 연락책이 전무했다. 항상 비슷한 시간에 찾아오는 방식으로 접촉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앞이 보이지 않는 학규로서는 딱히 연락처를 받아두어도 먼저 연락하기가 ...... [ 크롤링이 감지되어 작품 일부만 보여 드립니다. 웹소설 작품은 검색 크롤링이 제한되어 있으며, 사이트에서 직접 작품을 감상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