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은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리는 날이었다.
내 주름진 손엔 피 묻은 스패너가 들려있었고 난 시선을 깔아 부서진 한 여인을 내려다
보았다. 아름다웠다. 정말로… 애쉬카키색 고운 머릿결과 붉은 눈동자. 진한 눈썹 하며
탐스러운 선홍빛 입술까지. 하지만 그녀는 고장 난 태엽 장난감 꼴이 되어 버렸다. 여인은 날
보며 특유의 미소를 지었다. 내 표정이 울상인 게 그녀에겐 그렇게 즐거운 일인가? 그녀는
다 부서져서 잘 움직이지도 않는 팔을 내게로 천천히 들어 올렸다.
“왜 이렇게 죽을상이야? 정작 죽을 것 같은 건 난데.”
난 말없이 그녀의 손을 바라만 볼 뿐이었다. 멍청하게도, 난 내게 내밀어진 손을 잡지
못했다. 한없이 내리는 새하얀 알갱이가 무심히 여인의 몸 위에 쌓여갔다.
“설마 리처드, 지금 울고 있는 건 아니지? 앞이 잘 안 보여서… 조금만 가까이 와줘.”
그녀의 목소리엔 이질적인 전자음이 섞여 있었다.
“마지막까지 헛소릴 해야 직성이 풀리냐?”
“하하- ...... [ 크롤링이 감지되어 작품 일부만 보여 드립니다. 웹소설 작품은 검색 크롤링이 제한되어 있으며, 사이트에서 직접 작품을 감상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