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금이라고 했던가, 그것도 몇몇 인간들에게나 해당하는 말이었다. 시간은 끊임없이
흘렀고 해가 저문 골목길 어귀로 도시 안개가 스며들었다. 하늘의 빛 반점들이 짙은 안개에
가려 칠흑 같은 어둠만이 드리웠다. 참, 이곳에 어울리는 연출이다.
술에 절인 사람들이 하나둘 나가 이제 남은 건 나와 코흐뿐이었다. 나 역시 버번 열 잔에
잔뜩 뜨거운 취기가 올라있었지만 제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돈 아니었다. 그는 날 등지고 여러
종류의 컵을 닦았다. 난 턱을 괴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언제까지 죽치고 있을 거냐?”
“글쎄다.”
내 성의 없는 대답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이봐, 헤클러.”
“음?”
그가 다 닦은 컵을 가지런히 정리된 진열장 위에 올리고 나를 향해 돌아보았다. 먼저 말을
걸은 건 나지만 난 뱉으려던 말을 삼키고 두 팔 모두 바 테이블 위로 올렸다. 그는 게슴츠레
뜬 눈을 내게 흘기고 팔짱을 끼웠다. 난 그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넌 내 딸이 살아 ...... [ 크롤링이 감지되어 작품 일부만 보여 드립니다. 웹소설 작품은 검색 크롤링이 제한되어 있으며, 사이트에서 직접 작품을 감상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