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슬비가 내렸다. 남자는 추적 추적 내리는 빗속을 우산도 없이 걸었다. 잿빛 투성이인 하늘에 비가 쉬이 그치지 않을 것 같다고 그는 생각했다. 질질 끌리던 그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도착한 곳은 묘지였다. 한숨을 한번 쉰 뒤, 그는 묘비들 사이에 난 길로 들어섰다. 길 옆으로 무수히 나열된 묘비들을 보며 그는 생각에 빠졌다.
왜 사람들은 죽은 사람들의 묘를 찾을까? 죽은 자를 추억하기 위해서라고 많은 이들은 답할 것이다. 하지만 그 대답은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하다. 그들이 묘비를 찾는 이유는 후회 때문이다. 그들은 죽은 누군가에게 어떠한 이유로든 죄책감을 느낀다. 죄책감은 묘비를 방문하고 그 앞에서 눈물을 글썽거리는 것으로 잠시나마 잊혀진다. 죄책감은 잊혀질 수는 있지만 사라지지 않는다. 결국 굴레 속에 잡힌 사람들은 반복해서 묘비를 찾는다.
그는 멈춰섰다. 자신이 가려던 묘비 앞에 노인이 한 명 서 있었다. 노인의 복장은 레인 코트부터 구두, 심지어는 한손에 든 우산까지 전부 검 ...... [ 크롤링이 감지되어 작품 일부만 보여 드립니다. 웹소설 작품은 검색 크롤링이 제한되어 있으며, 사이트에서 직접 작품을 감상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