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지 않던 풀벌레들의 노랫소리가 귓가를 간질여왔다. 살랑대는 바람결은 살갗을 어루만지듯 부드럽게 내 몸을 스쳐지나가고 있었다. 늘 곁에 맴돌았던 피비린내도, 시신이 부패하며 나던 시취도 내리는 이슬비에 모두 씻겨 내려간 것만 같았다. 마치 넓은 대양 위 무풍지대에 다다른 것처럼, 이곳은 전쟁의 삭풍이 닿지 않은 숲 속이었다.
무언가에 홀린 듯, 발걸음이 절로 떨어졌다. 딛는 걸음마다 낙엽이 밟히며 소리가 났다. 하늘에선 지는 잎들이 마치 눈처럼 편편히 낙하하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곧게 솟은 나무를 올려다봤다. 하늘을 찌를 듯 구름 저편까지 닿은 줄기, 그 위로 피어난 무수한 가지들이 바람에 흔들렸다. 나는 허공에 손을 저어 떨어지는 잎새 하나를 쥐었다. 잎사귀는 바짝 말라 생기를 잃은 지 오래였다.
나는 이것을 본 적이 없지만 무언인지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마르지 않는 진리의 샘을 품었기에 결코 푸름을 잃지 않는다던, 세상의 중심에서 하늘을 떠받힌다는 이그드라실. 그 거대한 수 ...... [ 크롤링이 감지되어 작품 일부만 보여 드립니다. 웹소설 작품은 검색 크롤링이 제한되어 있으며, 사이트에서 직접 작품을 감상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