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조는 머잖아 찾아왔다. 마력을 축내던 바람장벽이 통제를 잃고 덧없이 스러진 게 시작이었다. 이에 나는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제어를 뺏겼어?”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에린은 그 틈을 노려 내 목에 칼날을 드밀어왔다. 시국이 어느 때인데. 변함없는 그녀의 태도에 나는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눈치 좀 봐라. 이 가시나야.”
다시 멎었던 바람이 불어왔다. 마치 빨려 들어가듯, 바벨 종심으로 향하는 마나의 유동은 이젠 막을 수 없는 흐름이었다. 급히 시선을 황궁으로 돌려봤지만 그 앞은 자욱하게 내려앉은 붉은 안개가 가로막고 있었다.
“점점 더 좆같아 지네.”
발에 족쇄를 단 것 마냥 몸이 무거워졌다. 처음엔 부상 탓이라 여겼건만 더뎌진 에린의 발검을 보고 알아차릴 수 있었다. 우리가 발을 딛고 선 이곳, 이 땅이 바벨에게 침식되었음을. 놈의 영향력이 얼마나 지대한 지, 체내의 마력까지 뜯겨나갈 것만 같았다.
“저것이 언제 연성될지, 가늠할 수 있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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