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지켜야 할 것이 있었다. 막연한 의무감에 무엇인가를 지키는 것이 아니었다. 살기 위해 밥을 먹는 것처럼, 나에게는 살아 있을 이유가 필요했고 내 삶의 이유는 나의 소중한 것을 지키는 것이었다.
세상이 변한 뒤, 텅 빈 집 안에서 처음 눈을 떴을 때 가족은 내 삶의 이유였다. 살아 있는지도 모르는 가족을 찾아, 악착같이 살아남았다. 그들을 찾는 것이 내가 살아있는 이유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가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은 조금씩 조각나, 부서졌다.
얇은 빙판에 금이 가다 한순간 박살 나는 것처럼, 이 잔인하고 지옥 같은 세상에서 그 희망이 얼마나 얇은 빙판이었는지 어느 순간 깨달아버렸다. 하지만, 이상하게 슬프지 않았다. 마치 원래 없었던 것처럼, 함께한 추억이 원래 없었던 것처럼 조각난 빙판 조각이 녹아 사라지듯 어느새 내 머릿속 한구석에 덤덤하게 고여있을 뿐이었다.
같은 침낭에서 밤을 보내던, 희망찬 미래를 꿈꾸던, 혹독한 추위에도 이를 악 ...... [ 크롤링이 감지되어 작품 일부만 보여 드립니다. 웹소설 작품은 검색 크롤링이 제한되어 있으며, 사이트에서 직접 작품을 감상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