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를 돌이켜본다면 아마 내 인생을 통틀어 가장 투항적이고 시간이 지나도 잊히질 않은 시절이라 할 수 있겠다. 소위 말해 서울 모 명문 고등학교에서 우등생이었던 나는 지방으로 발령받은 아버지 덕분에 충남 한 시골의 고등학교로 전학을 오게 되었다.
첫날은 어머니가 동행해주셨는데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처럼 붉은 벽돌로 지어진 웅장한 3층 본관을 중심으로 늘어섰던 새 교사까진 아니더라도 정리된 모습의 학교를 내심 기대했는데 낡은 일본식 시멘트 건물과 검은 타르가 칠해진 교실을 보니 그 학교가 얼마나 초라해 보이던지 모르겠다.
교문에 들어서고부터 급격히 말이 없어진 어머니 발밑으로 쥐 한 마리가 지나가는 것도 보았다. 시설도 그랬지만 열 반이 넘는 환경에서 치열하게 경쟁해오던 나에게 한 학년에 겨우 학급이 6개인 정도, 그리고 남학생과 여학생이 층 사이로 철저히 분리된 것이 촌스러워 보였다. 무엇보다 내가 실망한 것은 교무실에 들어선 순간부터다.
그래도 시골은 서울 친구들 사이에서 각박한 ...... [ 크롤링이 감지되어 작품 일부만 보여 드립니다. 웹소설 작품은 검색 크롤링이 제한되어 있으며, 사이트에서 직접 작품을 감상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