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아스라지는 붉은 노을 아래 누군가
아주 느리고도 힘없는 걸음걸이로
폐허가 되어버린 도시한켠을 걷고 있었다.
이제는 다 갈라지고 파헤쳐져
흉물스러운 길을.
만약 바닥사이 길을 구분짓는 용도로 보이는
하얀색 선이 아니었다면 그가 걷는 그 길이
도로라고 유추하기도 어려웠음이라.
세상에 첫걸음을
내딛는 아이의 걸음이 그리할까?
비틀비틀 위태스런 몸사위,
그러나 지독하게 느린 속도로도
결코 멈추지 않는 그의 몸뚱아리는
걷는 것 만으로 무엇인가
큰 사명이 있는 듯 느껴졌다.
하지만 조금더 그를 가까이 두고 본다면은
그에게 사명따위 있다 한들 이를데 없다는
것을 깨닳게 되었으리라.
그러니까 그의 동태같이 썩어버린듯한
두 눈망울이라던가 버석하니
말라 비틀어진 입술거죽, 덥수룩하니
삐쭉 빼쭉 엉망으로 자라난 수염같은 것 따위들을 말이다.
당신이 그를 두고 ' 거지 같다.' 라고 이를테면
거지가 당신의 뺨을 ...... [ 크롤링이 감지되어 작품 일부만 보여 드립니다. 웹소설 작품은 검색 크롤링이 제한되어 있으며, 사이트에서 직접 작품을 감상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