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이 하얘진다. 순식간에 시야가 부옇게 흐려지더니 가장자리부터 점차 어두워진다. 양쪽 귓구멍을 꿰뚫은 날카로운 이명의 크기가 작아지더니,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묵직하고 탁한 울림으로 변한다. 캄캄한 우물에 숨어드는 것만 같다. 나는 몸이 기우뚱하는 아찔한 기분에 놀라서 엉덩이 양쪽으로 나란히 매트리스를 짚고 있던 손바닥에 힘을 주어 간신히 버틴다. 집중해야 한다. 한 시간 반 즈음 전, 태호가 앉은뱅이 의자에 앉아 담담하게 저가 저지른 일을 자백하듯 내게 말할 때에만 해도, 나는 그에게 고마운 마음을 품었다. 적어도, 방금 연홍이 그에게서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는 말을 하기 직전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지금 내게는 더 이상 어떤 고마움도 느껴질 틈이 없다. 순간 오싹한 한기가 몸을 휩싼다. 양팔에 소름이 돋는다. 어깨에 힘을 주어 팔을 조금 움직여 보니 겨드랑이가 축축하다. 앉은 채로 무릎을 맞대어 살짝 비벼보니 카테터가 비죽 튀어나온 가랑이와 오금도 불쾌한 땀으로 미끈해져 있다. 이내 한줄기 식은 ...... [ 크롤링이 감지되어 작품 일부만 보여 드립니다. 웹소설 작품은 검색 크롤링이 제한되어 있으며, 사이트에서 직접 작품을 감상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