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박설이 포천 집을 떠나 강원도 오두막에 온지 꽤 여러 날이 지났다. 이곳은 박설에게 그리움과 애틋함이 오롯이 스며있는 곳이라 오랫동안 의식적으로 오지 않았다. 이곳에 오면 더 아팠다. 그리웠다.
아내의 흔적이 아팠고 정수와의 기억이 그립고 아팠다. 이승에서는 자신에게 허락되지 않는 ‘사랑’이 원망스러웠고 미친듯이 글을 쓰고 어쩔 수 없이 술과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잊기 위함이었다. 건강이 상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벗어날 수 없었다.
이제 자신에게 남은 시간을 정리할 필요를 느껴 박설은 오두막으로 향했다.
오두막은 정수가 마지막으로 다녀간 그 때처럼 봄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오고 있었다.
박설은 등을 기대고 앉아 벽걸이에 걸린 정수의 목도리를 바라보고 있다. 박설의 낯빛은 어둡고 병색이 완연했다.
정수가 쓰다듬고 냄새를 맡으며 엎드려 잠들었던 짙은 갈색 나무 탁자 위에는 잘 정돈된 원고들이 몇 묶음 쌓여 있다. 원고 옆으로 아무 것도 적지 않은 ...... [ 크롤링이 감지되어 작품 일부만 보여 드립니다. 웹소설 작품은 검색 크롤링이 제한되어 있으며, 사이트에서 직접 작품을 감상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