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사람들이 뿜어내는 열기, 그보다 매캐한 연기 같은 것들 사이에서 은기는 힘없이 걸었다. 은기의 표정은 겁을 먹은 것처럼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눈썹까지 분노가 가득 차오른 듯했다. 이를 맞대고 한 번씩 입술을 질끈 물고는 흰 증기와 같은 화를 뿜어댔다.
그러나 은기의 증오는 딱 거기까지였다. 그 이상으로 호전적인 화의 발산은 생각조차 해본 일이 없었다. 그녀가 표출하는 화는 분노로 몸서리치는 게 아니라, 그래야 할 것 같은 방식의 감정 표현에 지나지 않았다. 누군가 욕하면 가만히 듣지 말고 같이 욕을 해줘야 한다는 식의.
거리를 빠져나와 조용하고 인적이 드문 곳으로 나오자 마음은 차차 가라앉았고 표정도 다시금 하얀 모래에 뿌려진 물처럼 그녀의 피부 안으로 스며들었다.
은기는 조용한 곳에 자리한 편의점 앞에 섰다. 그리고 주위를 몇 번씩 둘러보았다. 누군가가 숨어있는 것을 확인하려는 듯이. 아님, 꼭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편의점 안으로 들어간 은기 ...... [ 크롤링이 감지되어 작품 일부만 보여 드립니다. 웹소설 작품은 검색 크롤링이 제한되어 있으며, 사이트에서 직접 작품을 감상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