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푸른 바위들이 이끼 낀 얼굴로 누워 있는 깊은 골짜기 안으로 해가 고개를 들이밀었다. 구름인지 연기인지 알 수 없는 은빛 기운이 물결처럼 흘러갔고, 그 아래에 그림처럼 고요한 건물들이 햇빛을 받아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해인사의 푸른 단청은 붉은 단풍과 어울려 마치 깊은 해저 속 산호초 사이에 자리한 용궁처럼 보였다. 곳곳에 걸린 청동 풍경들은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아주 낮은 소리로 울었고, 사생들은 부유하는 물고기처럼 푸른 장삼을 휘날리며 소리없이 걸었다.
채전은 해인사의 끝머리에 자리한 절벽 앞에서 만기대사를 마주하고 있었다. 만 가지 재주를 가졌다 하여 그런 이름을 받은 만기대사는 한때 양귀대를 이끄는 수재임과 동시에 채전의 스승이기도 했다. 이제 눈썹까지 세어 노인의 모습을 한 그는 오래간만에 찾아온 제자를 등진 채 절벽 너머에 우뚝 솟은 거대한 암석 기둥을 바라보고 있었다. 도대체 사람의 손길이 어떻게 닿았을까 싶은 암석 절벽에는 여우 요괴를 쫓아내는 송가의 사생들의 모습이 ...... [ 크롤링이 감지되어 작품 일부만 보여 드립니다. 웹소설 작품은 검색 크롤링이 제한되어 있으며, 사이트에서 직접 작품을 감상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