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준은 옥부사의 참상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지본 하나가 끔찍하게 소멸되었다. 쉰 명의 사생들은 생존자 하나 없이 고통 속에서 죽었다. 은황의 입에서 삼키지 못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범준은 입술을 깨물었다. 항상 침착함을 잃지 않던 정도 망연자실한 얼굴이었다.
비촉부가 흘리는 붉은 빛이 젖은 마당 위로 혼령처럼 일렁였다. 탄 종이 냄새와 젖은 나무 냄새가 섞여 목구멍이 싸했다. 사람들의 숨이 일제히 얕아지고, 부적이 흔들릴 때마다 축축한 바람이 군중의 옷깃을 스쳤다.
혜공파의 파주인 공평(空平) 만기대사(萬技大師)는 지팡이를 짚은 채 단 위에 서서 세 죄인을 쏘아보고 있었다. 수십 개의 부적 불빛 때문에 지본은 다시 타오르듯 붉었지만, 노인의 얼굴은 여전히 반쯤 어둠에 가리워 표정을 알아볼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마치 야차가 살아돌아온 듯 험악한 인상의 노인이 서 있었다.
“멍청한 놈들! 고작 요귀 따위를 막지 못해서 양귀대를 빼 오게 하다니!”
임각파의 파주, 각평( ...... [ 크롤링이 감지되어 작품 일부만 보여 드립니다. 웹소설 작품은 검색 크롤링이 제한되어 있으며, 사이트에서 직접 작품을 감상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