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도는 떠올렸다. 베일 듯이 날카로운 손톱달이 뜬 밤이었다. 부엌에서 번져온 불길이 무너진 집을 삼키며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근처에도 몇 집이 더 있었지만 치도는 불이 번질 것을 걱정하지 않았다. 이미 모두가 죽었기 때문이었다.
다섯 살짜리 소녀는 몰살당한 가족의 시체를 붙잡고 울고 있었다. 새까만 얼굴엔 피에 젖은 머리가 흉하게 눌러붙어 있었다. 그 아이의 번뜩이는 눈빛이 없었다면, 치도는 아마 생존자가 없다고 생각하고 떠나버렸을지도 몰랐다.
놀라우리만치 번뜩이는 눈이었다.
치도는 소녀를 송가로 데려와 정이라는 이름을 주었다. 외업 현장의 수많은 고통과 슬픔을 마주하며 감정에 무뎌진 치도였지만, 그날 밤 번뜩이던 정의 눈빛만큼은 쉽사리 잊혀지지 않았다. 통곡하던 소녀의 두 눈은 어린 아이의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도 없는 강한 증오와 복수심에 가득차 있었다.
복수는 양날의 칼이다. 언젠가 적의 가슴을 꿰뚫겠지만 품고 있는 내내 자기 살을 파고든다. 배움이 빠른 치도는 그 사실을 일찍 ...... [ 크롤링이 감지되어 작품 일부만 보여 드립니다. 웹소설 작품은 검색 크롤링이 제한되어 있으며, 사이트에서 직접 작품을 감상해 주세요. ]